2016년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여전히 많은 분들의 인생드라마로 꼽히는 드라마 '시그널'을 리뷰합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셨거나, 다시 한번 정주행을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그널'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동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1. '시그널' 줄거리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가 고장난 무전기로 소통하며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현재의 미제 사건 전단팀 소속 박해영(이제훈)은 우여히 15년 전 실종된 형사 이재한(조진웅)의 무전기를 줍게 됩니다.
무전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교신이 시작되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에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이재한 형사는 무전기 너머의 미래의 오는 정보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현재의 박해영은 과거가 바뀌면서 달라진 현재를 마주합니다.
시그널은 실제 미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김윤정 사건, 대도 사건, 화성 연쇄살인등 현실적인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하였습니다. 과거의 작은 변화가 현재와 미래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서사는 매회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마음속 울림을 느끼게 만듭니다.
2. 등장인물
'시그널'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화된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 오렸습니다.
1) 박해영 (이제훈) :
냉철하고 이성적인 프로파일러이지만, 형을 잃은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재한과의 무전기 교신으로 점차적으로 변해가는 복잡한 내면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어른이면서 어린아이 같은 외로움이 비쳐 제일 안쓰럽게 느껴졌던 캐릭터입니다. 과거를 바꾸려는 절박함과 현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연기가 단순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거나 눈빛만으로 절망이나 분노를 표현할 때 이제훈이 박해영을 내면까지 탐색하는 연기자라는 걸 느껴졌습니다.
2) 차수현 (김혜수) :
카리스마를 지닌 미제 사건 전담팀 팀장. 실종된 이제한 형사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간직한 인물로 강인함 속에서 인간미를 풍기는데 더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드라마 보는 내내 원하는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했던 캐릭터였는데, 결말에서 이루어진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3) 이재한 (조진웅) :
정말 우직하고 정의로운 형사의 표본. '시그널'의 기둥과도 같은 인물로 '역시 조진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이재한 캐릭터에 '정말 저런 형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명장면 및 명대사
"포기하지 마. 과거는 바뀔 수 있어." - 이재한
이재한이 박해영에게 던지는 말로 '시그널'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정의를 향한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울림을 줍니다.
"다시는 당신을 혼자 두지 않을게." - 차수현
과거의 이재한을 지키지 못했던 후회를 담은 차수현의 절절한 고백은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4. OST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드는 노래 역시 '시그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나는 너를 잊었나' - 장범준
드라마의 메인 테마곡. 서정적인 멜로디와 이재한 형사의 감정선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길' - 김윤아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분위기의 곡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들의 고뇌를 잘 표현했습니다.
5. 결말 해석 (스포 주의)
'시그널'은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남기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재한 형사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박해영과 차수현은 병원에서 살아있는 이재한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무전기는 꺼졌지만,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결말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희망'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드라마의 주제를 관통하는 결말이죠. 고장 난 무전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며 미제 사건을 해결했듯 세 사람이 다시 만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열린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시그널'이 끝나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안겨주며 드라마에 대한 끊임없는 회자 가능성을 남겼습니다.
박해영은 처음엔 과거를 바꿔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으나 무전을 통해 점차 과거는 바뀔 수 있고, 그 변화는 현재를 흔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선택과 노력으로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박해영은 형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살아왔고, 차수현은 이재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에 갇혀 있고, 이재한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비난했습니다. 이들의 무전은 결국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과정이었고, 남을 구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회복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 회차에서 조직의 비리와 권력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재한과 박해영은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무전을 주고받습니다. '시그널'은 그 신호를 듣고 행동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 사는 우리 자신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를 해결하는 장르물이 아닌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을 통해 정의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탄탄한 줄거리, 빈틈없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시그널'을 못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정주행 해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6. 시그널 시즌 2 제작
많은 시청자들이 시즌2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은희 작가는 여러 인터뷰에서 시즌2 제작에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언젠가는 꼭 쓰고 싶은 작품"이라고 언급하며, '시그널'의 스토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습니다.
총 8부작 2026년 방영 예정이며, 등장인물로는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안재홍입니다.